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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LG유플러스는 불법파견 백화점?] "협력업체 노동자 업무지시에 인사·노무관리까지 했다"
노무법인 천지
2018.04.23 09:01 | 조회 1728

최근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로 하면서 민간서비스 분야 간접고용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여러 불법파견 정황을 모르쇠하고 부당노동행위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이 삼성쪽 작품이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했다. 노동부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관련 수시근로감독 뒤 "적법도급"이라고 판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업무가 유사한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업체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파리바게뜨 불법파견을 지적하며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달라진 분위기에 노동자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부가 지난 20일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한 2주간의 불법파견 혐의 실태조사를 마무리했다. 노동부는 지역별 실태조사 결과를 취합해 5월께 근로감독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2일 <매일노동뉴스>가 LG유플러스 불법파견 정황이 담긴 자료를 다수 입수했다. LG유플러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을 뿐 아니라 인사권·임금체계·노무관리 등 협력업체 경영 전반을 관리한 내용이다. 자료를 공개한 희망연대노조는 “협력업체 IPTV·인터넷 설치·수리기사들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이들의 사용자는 LG유플러스”라며 “노동부는 LG유플러스를 근로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청 단체채팅방 만들어 설치·수리기사 업무지시”

LG유플러스는 전국 72개 홈서비스센터 운영을 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매년 심사로 위수탁계약 연장이나 해지를 결정한다. 형식상 도급계약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지휘·감독한 증거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원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설치·수리기사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고 이행한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8월 단체채팅방 대화내용에 따르면 원청 관리자(영업팀)는 협력업체 설치·수리기사에게 “TV 장애 발생 신규 유치건으로 신속한 AS 필요합니다. 휴일이지만 빠른 처리 부탁드립니다”라고 요구했다. 설치·수리기사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곤 “처리됐습니다”라는 조치 상황을 보고했다. 원청 단체채팅방 업무지시는 해당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같은해 9월 중단됐고, 원청 관리자들은 10월 채팅방에서 퇴장했다.

원청 관리자가 협력업체에 업무지시를 한 이메일도 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G유플러스 관리자(영업팀)는 2015년 12월 서울의 한 협력업체 관리자에게 “설치일정 협조요청 건” “위면해지 승인검토 요청” 등의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확인된 이메일만 18건이다.



특정 지역 일감 몰리자 인력 배치조정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 인력배치에 관여했다. 올해 2월 시행된 ‘제주 대리점 CS 안정화 지원정책’이 대표적이다. 제주지역은 지역 특성상 특정시기(2~3월)에 일감이 몰린다. LG유플러스는 개통대기일을 줄이기 위해 다른 지역 협력업체 노동자를 파견하는 내용의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지원정책 문건에는 다른 지역 설치·수리기사들이 제주지역 업무에 투입됐을 때 원청이 협력업체를 통해 지원하는 활동비·업무상 실비·수수료가 명시돼 있다.

협력업체 영업지표를 제시하고 실적을 관리한 흔적도 눈에 띈다. 원청 관리자가 2015년 협력업체에 보낸 이메일에는 개통 요청건수·기사지정 건수·처리 중 건수·월누적 개통건수·목표달성률 등 협력업체 실적이 담겨 있다. 노조는 “원청과 협력업체는 합법적 도급관계가 아닌 실적을 공유하는 하나의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원청 한 지점이 지난해 6월 작성한 교육자료도 원청이 영업실적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구지역 협력업체에 게시된 교육자료에는 수리·설치기사들의 한 달 영업실적이 공개돼 있다. 교육자료에는 "이 센터에 잘 하는 우수 기사님이 계시죠. ○○○기사님, ○○○기사님. 그 외에도 계십니다"라는 글도 있다. 원청이 실적이 우수한 직원을 언급하며 영업을 독려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이 만든 근무평가지표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해서 지급받았다. 한 협력업체는 직원 대상 교육자료에 “(인센티브 정책은) LG 월 정책기준 변경시 기준이 변경(된다)”이라고 명시했다. 원청 임금정책이 협력업체에 관철된다는 방증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LG유플러스는 72개 센터 중 55개 센터에 사무실 보증금을 지원했다. 현장 노동자 복장이나 고객응대요령을 지시하고 신규기사 직무교육·상품교육·영업교육을 기획·집행했다.



협력업체 노조 동향까지 관리한 원청

노동부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파견사업주 실체와 파견사업주 지휘·명령 여부로 파견인지 도급인지를 구분한다. 채용·해고 결정권과 사무실 임대차 같은 소요자금 조달·지급 책임, 전문적 기술·경험과 관련한 기획 권한, 작업배치·변경 결정권, 업무 지시·감독권, 노동시간 결정권 등으로 불법파견 여부를 가린다.

LG유플러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불법파견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의심은 협력업체 노조를 대하는 태도에서 확인된다. 원청 관리자는 2016년 1월 협력업체 관리자에게 "인력 현황을 확인한다"며 "조합원 여부를 함께 파악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전화 녹취록도 있다. 지난달 협력업체 관리자가 노동자에게 “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원청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협력업체 노동자가 따지자 원청 관리자는 “안건에 대해 내용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원청이 만들어 협력업체에 배포한 노동자 교육자료도 공개됐다. 전국 협력업체에 부착된 게시물(교육자료)에는 "타스크(업무)가 할당되면 1시간 이내로 전화하기" "방문 당일 아침에 문자하기" 같은 기사 실천사항부터 "앞머리는 이마 위로 깔끔하게 합니다" "귀와 옷깃을 덮지 않도록 합니다" "방문 직전 미리 웃는 연습을 하세요" "상의 단추 지퍼를 채웁니다" "검은색 계열의 신발을 착용합니다"같은 구체적인 복장 지시까지 적혀 있다.

박장준 노조 정책국장은 “LG유플러스가 진짜 사장이라는 증거는 현장·이메일·유큐브(원청이 관리하는 업무 시스템·애플리케이션)에 차고 넘친다”며 “LG유플러스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노조 주장에 대한 입장을 일일이 설명할 순 없다”며 “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 불법파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대 이동통신업체 중 설치·수리기사들을 협력업체 고용으로 유지하는 곳은 LG유플러스뿐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2015년과 지난해 각각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