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근로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저성과자 실적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전보 발령한 데 따르지 않은 노동자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자체가 법 위반이어서 이에 따른 인사 명령은 무효이므로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집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부당 해고를 구제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씨의 회사는 저성과자들의 업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연봉을 감액하기로 했습니다.

A씨는 이 프로그램에 배치되자 회사의 업무 지시를 거부했고, 회사는 A씨가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고 근로를 거부한다며 면직 처리했습니다.

이후 A씨는 면직에 반발해 구제 신청을 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습니다.

A씨는 "해당 프로그램은 대상자로 발령되는 것 자체로 연봉을 감액하도록 하고 있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회사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프로그램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특히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경우엔 노조나 노동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사측이 시행한 프로그램은 일방적으로 작성된 취업규칙이자 명백히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라며 "사측이 해당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노조 등의 동의를 얻지 않은 만큼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따라서 A씨에 대한 발령은 효력이 없고, 이를 전제로 한 징계 사유는 살펴볼 필요도 없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