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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육교사에게 “교회 나오라”…거절하자 해고한 어린이집
노무법인 천지
2018.04.04 09:01 | 조회 896

서울 마포구립 ‘상수어린이집’을 위탁운영 중인 교회가 소속 보육교사 6명에게 교회 출석을 강요하다가 이에 따르지 않자 모두 정직·해고하거나 사직을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이 어린이집 교사들과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쪽 설명을 들어보면, 어린이집 원장은 “목사님의 뜻”이라며 교사들에게 교회 출석을 요구하고 결석하면 사유를 캐물었다. 1998년부터 이 어린이집을 위탁운영 중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신성교회의 박아무개 목사가 이 어린이집 대표인데, 박 목사의 부인 최아무개씨도 수시로 교사들에게 예배 참석 권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권유에 못 이겨 예배에 참석했던 교사 ㄱ씨는 “일요일마다 남편 혼자 아이 둘을 돌봐야 해 불화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도 원장은 ‘아이와 남편도 데려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의 ‘종교 강요’는 지난해 5월 몇몇 교사가 문제제기하기 전까지 당연시돼 왔다.


교사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록을 보면, 목사 부인 최씨가 교사들에게 예배 참석을 권유하는 문자를 매주 보내고, 교사들이 다시 예배 참석자 명단과 불참 사유를 원장에게 매주 보고한 정황이 나타난다. 박 목사는 지난해 5월께 교사 6명이 “더 이상 교회 출석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부인 최씨가 쓴 ‘신앙의 발달과정’이란 기독교 교재로 직접 교육을 하려 했다. 노조에서 제공한 녹취록을 보면, 이때 박 목사는 “여러분(교사)이 한달에 최소 두번 예배 참석해서 말씀을 들으면 (인성 교육을) 그걸로 대체하려 했지만 그때 이후로 교회 거의 안 나왔다. 그래서 교육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이 교육까지 거부하자 어린이집은 지난해 12월11일과 지난 2월5일 두차례에 걸쳐 교사들을 해고 및 정직 처분했다. 교사들은 “종교 강요를 거부하고 노조에 가입한 데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맞섰으나, 어린이집은 교사들의 소명 절차 없이 바로 학부모들에게 징계 사실을 알렸다. “학부모 여론을 등에 업고 교사들을 더 쉽게 ‘자르기’ 위한 것”으로 노조 쪽은 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월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 신청을 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60일 징계정직 기간이 끝난 뒤 복직한 교사들에게 일을 주지 않고 사직을 ‘권고’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국내 국공립 어린이집 506곳 가운데 종교법인이 위탁운영 중인 곳은 14.5%에 이른다. 2016년 9월 마포구청이 나서 관내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는 종교단체 쪽에 공문을 보내 종교 강요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계도하기도 했지만, 상수어린이집에선 문제가 지속됐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박 목사는 <한겨레>에 “교육의 목적은 교사의 전문성과 인성 발달이다. 교회와 어린이집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교사가 예배에 참여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이미 없앴다”고 말했다.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3주치 보육일지를 규정대로 인쇄해 보관하지 않았고 원장에게 도를 넘어선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