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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중국계 게임사, 초과수당 안주려 정부까지 속였다
노무법인 천지
2018.04.09 13:24 | 조회 718

밀린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라는 고용노동청의 시정지시를 받은 뒤, 이를 이행하지 않고 ‘가짜 이체확인증’을 만들어 노동청에 제출한 중국계 유명 게임업체가 적발됐다.


8일 <한겨레>가 확인해보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초과근로수당 체불에 따른 시정지시를 받자 각 직원의 은행 계좌에 이를 입금했다며 이체확인증을 허위로 꾸며 제출한 아이덴티티게임즈의 궈하이빈 대표이사(38·중국)를 지난달 29일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노동청은 지난해 6월 이 업체가 직원 160여명의 3년치 초과근로수당 6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찾아내 시정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드래곤네스트’ 등 유명 온라인게임을 개발한 아이덴티티게임즈는 228억원대의 매출(2016년 기준)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 개발업체다. 2007년 설립된 뒤, 2010년 중국 게임회사 ‘샨다’에 팔렸다. 대표 궈하이빈은 역시 샨다가 2004년 인수한 한국의 중견 게임회사 액토즈소프트의 대표도 맡고 있다.


서울노동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지난해 8월 시정지시를 이행했다며 허위 이체확인증 사본을 노동청에 냈다. 이 확인증은 직원한테 수당을 입금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였는데, 서울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조사해보니 포토샵으로 정교하게 조작돼 있었다. 노동청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확인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담당 근로감독관도 조작됐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관련 문서를 조작하면서까지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던 이 업체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곳으로 게임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 회사에서 일하다 최근 퇴사한 ㄱ씨는 <한겨레>에 “한달이 넘도록 매일 새벽 1~2시에 퇴근한 적도 있다. ‘수십억 투자한 서비스 출시일이 정해져 있는데 어쩔 거냐’는 식이다. 장시간 노동을 문제삼는 분위기가 아니라 다들 별말 없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보면 이 업체 퇴사율은 40%에 이른다. 직원 수는 300명가량인데 지난 1년간 95명이 입사한 반면 123명이 퇴사했다. 게임업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인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처우가 좋지 않고 신입사원이 들어가면 실력을 쌓는 게 아니라 탈진해 나오는 일이 많아 업계에서는 ‘신입사원의 무덤’이라 불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지난해 근로감독 당시 전자출입증 기록을 디지털포렌식으로 되살려 숨겨진 초과노동까지 찾아낸 사실이 있는데, 이런 황당한 조작(이체확인증 위조)은 처음 본다”고 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는 대표이사가 입건되자 곧바로 체불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이에 대한 이체확인증을 다시 제출했다. 서울노동청은 이번에는 실제 지급 여부를 직원한테 직접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노동자는 물론 정부까지 속이며 근로감독 체계를 기만하는 악질적인 사용자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덴티티게임즈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정명령을 받은 아이덴티티게임즈 직원만 초과근로수당을 주면 나머지 관계사 직원들과 형평성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초과노동에 따른 보상 시스템을 관계사들과 한 번에 설계하려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