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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SK브로드밴드 직접고용 9개월] "임금 하락·노동강도 증가·근속 물거품" 노동자들 삼중고 호소
노무법인 천지
2018.04.08 08:52 | 조회 846

민간기업 최초.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7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만들 때 쓴 표현이다. 회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자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겠다"고 나섰다.

국회는 환영 논평을 냈다. 간접고용 폐허가 사례별로 드러나던 케이블업계 간접고용 문제에 빛이 비치는 듯했다. 그로부터 9개월이 흘렀다. 대기업 소속이 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나아졌을까. 노동자들은 “결코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임금이 줄어들었다고, 노동강도가 세졌다고, 경력이 무너졌다고 하소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8일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노동조건 후퇴 사례를 들었다.

◇"대기업이라서 기대했는데, 월급이 줄었어요"=자신을 16년 경력 케이블·인터넷 수리기사로 소개한 조아무개(46)씨. 그는 과거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서 일하며 기본급 148만원과 식대 10만원을 고정적으로 받았다. 소속이 대기업으로 변한다고 해서 박봉에서 벗어날 거라는 기대가 컸다.

조씨는 지난해 8월5일 홈앤서비스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 기본급은 158만원으로, 식대는 13만원으로 늘었다.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급여 총액은 과거보다 15만원가량 감소했다. 주위를 수소문한 끝에 회사가 과거 협력업체들이 주던 각종 수당을 없앤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에 매달 15만원의 추가 수당을 받았습니다. 다른 협력업체에선 시간외 수당 등의 명목으로 15만원에서 30만원 사이의 고정급을 지급했죠. 그런데 홈앤서비스가 ‘임금의 수평 이동’을 약속하고도 각종 수당을 모조리 없애 버린 거예요.”

인센티브제도가 사라진 것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킨 요인이다. 예컨대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성수기 당일 오후 접수된 민원을 그날 저녁 처리하면 수리기사들에게 1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걸 없앤 것이다. 과거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에 운영실적에 따라 주던 실적급도 사라졌다.

조씨는 “여러 인센티브와 센터 운영 순위에 따라 직원들에게 평균적으로 10만~20만원 주어지던 실적급이 자회사 전환 후 사라졌다”며 “매달 받는 월급이 50만원가량 줄어든 동료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대기업 소속이 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외려 임금이 줄어들고, 세금을 떼고 150만원 수준을 받고 일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일 시킬 때만 대기업, 대가 없는 추가노동 늘어"=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는 일을 시킬 때에는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인터넷·케이블 설치기사들은 “불합리한 업무 관행과 부수적인 일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10년 경력 설치기사인 김정희(45·가명)씨도 그중 한 명이다. 협력업체에서 홈앤서비스로 소속이 바뀌 뒤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쏟아졌다고 한다. 실제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상품별로 보장하는 최대속도·평균속도를 충족해야 개통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김선우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은 “설치기사들에게 회사가 인위적으로 정한 인터넷 속도를 맞추라고 요구하면서 설치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속도를 측정해 수치를 입력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희씨는 “인터넷 속도는 기본적으로 망과 메인장비 성능에 좌우되는 것인데도 회사가 현장에서 선을 연결해 통신신호를 주고받도록 하는 설치기사들에게 속도를 끌어올리라고 강요하는 것”며 “회사가 품질 유지를 위해 잘못된 방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치 절차가 복잡해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부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설립 후 △외부 회선의 댁내 유입시 인식표를 달도록 하고 △인터넷과 TV 외에 와이파이 품질을 별도로 측정해야 하며 △장비 부속물 제조날짜를 등록하고 고객에게 상품 설치 내역서를 문서로 전달하는 절차가 새로 생겼다. 김씨는 “홈앤서비스가 마련한 절차에 따르면 인터넷 설치 건당 평균 10분 정도의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품질 유지를 위해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까지는 백번 이해를 합니다. 그렇다면 표준 작업시간 재정립이 필요한데, 회사가 그런 의지를 보여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사실 설치 현장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장비 이해나 제대로 된 안전교육 없이 위험한 작업을 강요해요. 고객만족을 빙자해 해피콜처럼 설치기사들에게 감정노동까지 강요합니다. 이것이 대기업 자회사 전환 9개월의 실상입니다.”

서비스 개통 과정이 복잡해지고 설치시간이 늘었다는 얘기는 실적급 비중이 큰 설치기사들의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하루 설치 건당 임금이 줄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문제해결 위한 자사회는 허구"=2007년 무렵 LG유플러스 협력업체를 통해 업계에 발을 들인 강학주(52)씨는 홈앤서비스 경력·근속처리 방식이 불만이다. 과거 지부와 협력업체들은 근속 5년 이상이면 금 한 돈을, 10년 이상이면 두 돈을 주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원래대로라면 강씨는 올해 8월 한 돈의 금을 받았어야 했다. 그는 잠시 다른 일을 하다 2013년 8월1일 SK브로드밴드 인천 부평지역 협력업체에 재입사했다. 그런데 홈앤서비스는 직원들이 과거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기간은 근속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강씨가 임금을 받는 시기는 4년 가량 늦춰졌다. 회사는 협력업체 경력을 일괄 3년만 인정한다. 10년을 일했던 15년을 일했던 홈앤서비스 소속이 되는 순간 경력 3년의 수리·설치기사가 된다.

“SK브로드밴드는 직접고용이라고 하지요. 저는 그냥 규모만 커진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용이 안정됐다는 얘기를 하는데 협력업체 시절에도 같은 곳에서 10년에서 15년 이상 일하는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강씨만의 생각이 아니다. 지부가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4.5%가 “나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답했다.


< 매일노동뉴스>는 노동자들의 증언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애초부터 특정 업무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 공공부문이나 일부 제조업에서 불가피하게 자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정규직 전환 배치를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 설치·유지·보수는 업무 성격상 원청 종속적이라서 자회사를 통해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성격을 띤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세워진 자회사는 결국 용역업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