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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군대 내 민간인 노동자 1만명 노동법 사각지대
노무법인 천지
2018.04.27 08:55 | 조회 2939

“군대에 우리도 있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영록 민주연합노조 국방부지부장이 지난해 9월 노동자 50여명과 함께 300킬로미터 행군을 하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함영록 지부장은 “군대에는 군인과 군무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민간인 노동자도 있다”며 “민간인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놓여 저임금과 갑질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의당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군대 제4 신분, 민간인 노동자 현장증언+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노조 대표들은 “군대 내 9천415명의 민간인 노동자들은 시설관리·환경미화·복지시설 운영·관리 등 국방을 위해 필수적이고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군부대에서 일하는 민간인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익 내는 사업장 아닌데 시장논리로 운영?

함영록 지부장은 군대 임금구조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함 지부장에 따르면 체력단련장(골프장) 노동자들은 군이 시설을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에 따라 월급이 결정된다. 수익 중 일부를 군인복지기금(장병 복지개선비)에 우선 지불하고 나머지를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군이 운영하는 부대시설에서 수익이 나기는 쉽지 않다. 수익이 적으니 노동자 임금도 오르기 힘들다. 함 지부장은 “최근 군대 밖에도 골프장이 많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군대 내 골프장은 가격까지 저렴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수익으로 직원들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무너져 가는 댐을 임시방편으로 막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 문제를 왜 직원들에게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며 “민간인 노동자 급여를 일반회계 예산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 본부장은 “군대 내 노동자들은 시장에 내다 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 가치를 파는 것”이라며 “시장논리로 노동자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 수준 엉망, 직장 갑질에도 노출

계룡대·자운대·상무대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저임금도 문제다. 용역업체 소속이던 이들은 올해 1월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장은 “정부 지침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기존 용역업체가 사용하던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직원 임금과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용역업체 중간 수수료는 전체 운영비의 15~20%에 달하는데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오른 임금은 월 5만~10만원 수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노동자의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예산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호경 지부장은 “청소노동자의 경우 실제 30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일률적으로 주 40시간 기준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에 맞춰 임금을 책정했다”며 “시중노임단가가 아니라 최저임금에 임금을 연동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 복지수준은 열악했고, 직장갑질도 일어났다. 김호경 지부장은 “청소를 하거나 용접을 하고 나면 땀범벅이 되는데도 휴게실이나 샤워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규직 전환 뒤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관리자로 내려오면서 불합리한 지시를 받아 난처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군 부대는 계급관계가 분명해 노동권 인식이 특히 취약한데 그런 만큼 노조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용자 노동인권 교육으로 군 부대 전체의 노동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곤 국방부 복지정책과장은 “장병의 복지와 전투력이 직결되는 만큼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군대 내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